탄수화물 나쁜 것?
어려서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영양분 좋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뭐는 무슨 성분이 많아 좋고 뭐는 무슨 성분이 많고 또 튀김요리는 영양분 혹은 칼로리가 높아 좋은 음식이다, 뭐 이런식으로 주로 좋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나쁜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어 음식에 농약이 묻었다든지 중금속 같은 나쁜 것이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 할 때는 음식의 나쁜 점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러나 먹고 살기 힘들시절을 겪은지 얼마되지 않아 그리고 아직도 많은 곳에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아 영양가 좋고 칼로리 높은 것이 주 관심사였다.
그러다 음식의 나쁜 것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한 시절은 이상구 박사가 몰고온 콜레스테롤 부터 였다. 무슨 음식에 콜레스테롤이 많으니 조심해야 하느니 아니라느니 하는 논쟁과 함께 음식이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의심을 하고 보기 시작했다. 이때가 약 1980년대 정도 되는 것 같다.
콜레스테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가면서 지방 이야기가 나왔다. 지방이 몸에 좋으니 나쁘니, 그냥 지방은 괜찮은데 트랜스지방은 좋지 않으니 하면서 한동안 우리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덜 섭취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심지어 약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예를들어 고기 같은데 콜레스테롤이 많은데 고기 맛이 있으니 안먹을 수는 없고 또 나 같은 경우 오징어를 좋아하는데 오징어에는 특히 오징어 다리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콜레스테롤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하면서 콜레스트롤과 먹는 것 관계에 대해 많이 이야기 했다. 이때는 이미 먹는 것이 모자르거나 영양 상태가 나쁘거나 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분/Sugar/설탕으로 이야기가 옮겨 가게 되었다. 이때는 2000년대로 들어선 시기이고, 설탕은 지금까지 이야기 하던 나쁜 식품 지방 콜레스트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것으로 되었다. 이것으로 혈액 혈관 뿐 아니라 당뇨에도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소아당뇨등과 함께 아주 나쁜 음식으로 분류 되었다.
그러다 최근 약 10년 전부터는 탄수화물이 나쁜 음식으로 분류 되었다. 그래서 과거에 우리는 맨밥에 김치 정도 먹은 적도 많은데 우리는 정말 나쁜 음식을 먹고 살았었나? 그렇게 하고도 용케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며칠전 제사를 지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오래전에 쓰던 커다란 스테인레스 밥그릇을 쓰는데, 이번에 그 밥그릇에 들어가는 밥의 양을 보니 어쩌면 내가 일주일 내내 먹는 밥의 양과 거의 맞먹는 양이 들어가는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지금 우리의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밥을 상대적으로 덜 먹어도 잘 살 수 있는 때가 되었나보다.
과거 우리 생명을 지켜주던 밥/쌀이 이제는 절대로 많이 먹지 말아야 하는 식품이 되었다. 세월에 변하면서 좋은 음식이 나쁜 음식이 되고 나쁜음식이 그냥 괜찮은 음식이 되고, 먹거리도 다른 세상 것들과 마찬가지로 변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