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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먼저 보내기

by Ricky D 2024. 5. 29.

자식 먼저 보내기

 

Tramping club에 80되신 할머니 한분 계시다. Tramping club 회원들이 다들 건강하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지만 이분은 유난히 꼿꼿하셔서 뒤에서 보면 20대인지 30대 인지 모를 정도로 몸매가 깔끔하시다.

 

한 6개월 쯤 전인가, 어떤분이 이분 딸이 몸이 좋지않다고 했다. 그러고는 몇주 지나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너도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겠지만”으로 말씀을 시작하면서 Wellington에 살고 있는 큰 따님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 이야기 할 때부터 약 1년전인가 몸이 안좋아 가정의를 찾아가고 검사를 받아보니 암이란다. 그런데 암이 이미 퍼지기 시작해서 어떤과에서 자기를 불러야 하는데, 암이 여러군데로 퍼져있고 이미 꽤 늦은 상태라 어느과에서 선뜩 나서 자기 딸을 부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시 나이가 48/49 쯤 되었단다. 같이 사는 남자가 있냐니까 없단다. 아마 그래서 그냥 혼자 놔두기 더 마음이 아팠을 것같다.

 

그리고는 한두달 지나서 어떤과에서 그 따님을 불렀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고 그리고 한 석달 정도 지나 Hopise에서 아주 평화롭게 세상의 마지막을 맞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사람이라 암이 꽤 진행될 때까지 몰랐고, 증세가 있어 찾아가 검사를 해보니 이미 말기암이었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빨리 진행된 것 같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맘이 어떨까? 어떨지 짐작을 하기에 이 할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먼저 가신 따님 RIP 하시고, 그 어머니/부모님은 너무 많이 슬퍼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Update:

어제 Tramping에 이분이 나오셨다. 그전날 Wellington에서 돌아오셨다는데, 아마 집에 있으면 계속 슬퍼질 것 같아 나오신 것 같다. 표정을 애써 밝게 지으려 하셨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Hug하며 밝게 맞아 주었다. Hug 하면서 뭐라 인사할까 하다, 그냥 "다시 만나 반갑다"고 했다. 여기서 내가 "따님을 잃어 얼마나 슬프시겠습니까?" 이런 인사 하는 것 아닌 것 같아 그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