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골프장 회원이 된지 이제 20년이 된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자기 집 처럼 자기 학교, 직장 그리고 community에 속한 어떤 것, 다 자기것 처럼 정성을 들인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골프장 회원이 빵빵하게 많으면 회비를 넉넉히 받아 걱정없이 잘 돌아가겠지만 골프클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클럽이 신세대의 컴퓨터 게임 영향인지 다들 회원이 예전 처럼 많지가 않아 다들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비용을 줄일대로 줄이고 대신 회원들이 그 빈 공간을 메꾸기 시작했다. 원래 community를 위해 뭘 잘하던 사람들이라 큰 문제없이 돌아간다.
예를들어 Pro shop 일을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보는 일이 많아졌고, Club house에서 맥주 따라주는 것도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또 심지어 잔디깍는 일도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Green 관리는 전문가가 해야 해서 거기까지는 회원들이 못하지만 Fair way 잔디를 일주일에 두세번 깍는데,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7명이 돌아가면서 깍는다 한다.
그것 말고 가끔 Working bee라 해서 할 일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모여서 일하자고 한다. 어떨때는 나무를 자르고 그것 정리하자고, 어떨 때는 또랑 근처 잔디를 깍자고, 또 어떨 때는 새로 나무를 심자고 등등 여러 작업을 같이 하자고 한다.
나는 그것을 알고도 한번도 가질 않았었다. 직장생활할 때는 너무 피곤해서 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은퇴후에도 왠지 시간이 잘 맞질 않았다. 대신 골프장 말고 내가 속한 Orchestra는 committee member 즉 운영위원으로 이제 한 10년째 일하고 있다. 10년동안 큰 일 한 것은 없지만 사사로운 일은 했고 특히 이렇게 committee member를 계속 유지하고 회의에 참가하는 것만도 많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골프장은 정말 20년간 얌채처럼 회비내고 골프만 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이 작년 후반이다. 아, 내가 골프장에 가서 골프는 열심히 쳤지만 아무 것도 contribution 한 것이 없구나. 이 사회는 community에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volunteer 비슷하게 contribution을 해야 돌아가는데 난 골프장이 돌아가도록 한 것이라곤 골프를 열심히 쳐서 시합이 진행 되도록 한 것 뿐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 매주 있는 raffle도 참가하지 않아, 물론 돈이 아까워 그랬다기 보다 raffle이라는 것이 약간 복권 비슷한 감이들어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그랬는데, raffle을 그냥 donation 이나 fund raising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것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raffle은 fund raising이 90% fun이 10% 이다.
그래서 작년말 생각하길 금년 2024년부터는 여기서 working bee 하면 그것에 시간 맞추어 그것도 하고, raffle도 하고 그리하자 생각을 했다. 첫번째 raffle이 있던날 거기에 $2를 냈는데 그날 마침 당첨이 되어 wine을 하나 받았다. 당첨되어 좋기도 했지만 좀 미안하기도 했다. 매주 한두개씩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텐데 처음 했는데 당첨되어 그랬다.
working bee는 지금까지 두번 했다. 한번은 또랑 근처 잔디 깍기 100미터 넘는 구간을 손으로 들고 하는 잔디깍기로 했는데 잔디깍기가 아주 무거워 그냥 들고 서 있기도 힘든 것을 근 한시간 반동안 물론 잠시 잠시 쉬기도 했지만 그 긴 구간의 잔디를 깍아 내었다. 또랑 근처는 잔디깍기 차로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이렇게 직접 손으로 된 것을 들고 깍지 않으면 못깍는 곳인데, 클럽이 큰 시합을 앞두고 깍을 일이 있어 일할 사람들이 모이기로 해서 가서 깍게 되었다. 그렇게 험한 일인줄 미리 알았다면 어쩌면 안갔을 것 같다. 내 힘에 내 체격에 너무 힘들었다. 잔디깍기 자체가 근 6-7kg은 되는 것 같고, 팔과 몸에 붙여 좀 쉽게 만들었는데 난 체격이 작아 팔과 몸에 붙이기 힘들어 이상한 자세로 해서 더 힘들었다. 공원같은데 지나다 보면 잔디깍는 사람들이 슬슬깍는 것이 보이는데, 보기에는 슬렁슬렁하는 것 같아도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고 특히 나처럼 힘이 세지않은 사람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두번째 Working bee는 Clubhouse 청소다. 첫번째 working bee를 한 이후 골프장 사람중 그 가족 몇대째 그 골프장 회원이신 한분이 그이후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저렇게 조그만 몸으로 제일 큰 잔디깍기를 들고 메고 대단한 작업을 한 것을 칭찬하는 눈빛이다. 두번째에도 그분이 또 있었는데 두번째 club house 청소에 가 보니 거의 모두 Committee member 였다. 그래서 알았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 그곳의 주인이다. 회장 Captain 그리고 운영위원인 Committee member는 이 골프장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인데 이 사람들이 모여 Clubhouse 바깥 청소를 했고 나도 거기에 참여했다. 그러니 나는 Committee member는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골프장에 20년간 회원이고 골프 열심히 쳤지만 주인이 아니고 손님이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이제 그걸 깨닫고 주인이 되려고 한다.
비슷한 일이 오케스트라에 있었다. 오케스트라 연습은 수요일 저녁 7:15부터다. 보통 7시 정도까지는 가야 악기 준비하고 warming up도 하고 해서 7:15에 연습이 제대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모여서 연습하는 인원은 20명 남짓인데 그중 3-5명 정도가 보통 일찍 나와서 의자며 보면대 setting을 한다. 누구든 나이나 신체의 건강함에 관계없이 일찍 나와면 열심히 의자를 나르고 준비를 한다. 어떨때는 허리 아픈 사람도 의자를 하나씩 나르는 것을 보기도 하고 95세 되신 Fredy도 의자는 못날러도 보면대라도 나르고 setting 한다. 나도 가능한 일찍 도착하려고 요즘은 6:50에 맞추어 가서 2-3등으로 일찍 가서 준비를 한다.
한번은 7시 조금 전에 도착했데, 1번 클라리넷을 하는 고등학교 여학생이 자기를 데려다 준 엄마와 함께 음악당 앞에 있는 교실 같은데 앉아서 둘이 이야기를 나눈다. 음악당 안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열심히 나르고 준비하고 있다. 그때 눈에 보였다, 이분들이 주인이 되고 싶지 않고 손님이 되고 싶구나. 그분들도 아시안이라 온지 얼마되지 않아 혹은 그렇게 살지 않아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저 학생은 어리니까, 엄마는 단원이 아니니까 준비할 필요 없고 준비 되서 들어가면 되지 뭐 힘들게 나르고 어쩌고 하냐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되어 주인이 못되고 손님이 된다.
다른 예도 있다. Singing class 두번째 날 5시에 끝나기로 되어 있는데, 어떤 한분이 자기는 5시가 되면 가야한다고 5분전 5시에 일어나 우리가 마신 찻잔을 전부 부엌으로 가져가 씼는다. 누군가가 씼어야 하지만 자기가 만일 바쁘다고 가만히 있다 5시 땡 치고 도망가 듯하면 자기는 주인이 아닌 그냥 얌채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그분은 얌채나 손님이 되기 싫은 것이다. 이틀짜리 class 였는데 사실 난 이걸 대충 알고 그 전날인 첫날 끝날 때 내가 찻잔 설걷이를 했고, 설걷이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 한테서 내내 고맙다는 인사를 계속 받았고 어떤 분은 내 옆에서 도와주셨다. 그리고 이틀째 끝나고 우리가 사용한 방을 정리하는데 선생님의 안내대로 다들 모여 정리했고 나는 더 열심히 정리하고 거의 제일 늦게까지 뒷정리를 맞쳤다.
얌채, 손님 그리고 주인은 딱 한끗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