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영국에서 하던 것 중 자신에 맞게 새로 개발한 몇 종류의 구기 종목 sports가 있다. 농구는 Net ball에서 왔고, 미식축구는 럭비에서 왔으며 야구는 Cricket에서 왔다.
이나라에 처음오니 한국에서 즐겨보던 야구는 없고 크리켓이 있다. 처음 보는 sport라 규칙도 잘 모르고 또 처음보는 것이니 전혀 흥미가 없었다. 스포츠는 일단 규칙을 알아야 보기 시작하는데 그게 안되니 일단은 미루어 뒀었다. 그런데 크리켓 대신 럭비는 한국에서도 미식축구를 즐겨 보던 터라 비슷한 점이 많고 또 이나라가 럭비를 아주 잘하여 국제경기 위주로 럭비를 많이 보았다. 그렇지만 오래 살다보니 크리켓에 대해서 하나 둘 씩 알아가고 언제부턴가 크리켓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느낌이 들어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야구 룰과 비슷한 점
야구 룰과 비슷하다 했지만 사실은 야구가 크리켓에서 가지고 온 Rule이 몇가지 있다. 물론 더 많이 있겠지만 내 정도 크리켓 지식으로 약간 보이는 만큼만 이야기 해 보자.
R은 run에서
야구에서 점수판 옆에 보면 H, E, R과 같이 약자가 있고 거기에 불이 들어왔나 나갔다 한다. H는 Hit, E는 Error 그리고 R은 run으로 점수를 뜻한다. 여기서 H와 E는 쉬운데 R은 약간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Run은 Home run에서 보듯 점수를 뜻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run이라는 용어가 크리켓에서 왔다. 크리켓은 야구처럼 4개의 다이아몬드가 있지 않고 두개의 자리가 있는데 두 선수가 각각의 자리에 서 있다가 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서로 다른 자리로 Run 한다. 이때 한번 가거나, 갔다 오거나 혹은 갔다 왔다 가기도 한다. 즉 야구로 따지면 한 베이스, 두 베이스 혹은 세 베이스를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 가면 한번 Run 한 것이되어 한점이 되고, 갔다 오면 두번 Run 한 것이 되어 두점이 된다. 여기서 야구의 R 즉 run이 나왔다. 즉 안뛰면 점수가 안되는데 뛰어서 즉 run이 되어 점수가 되어 run이 점수를 뜻하게 되었고 야구에서도 이 점수를 뜻하는 Run을 점수라는 의미로 쓰게 되었다. (그것이 내 추측이다.)
Inning
야구는 9 인닝을 하는데, 크리켓은 두 인닝을 한다. 그 대신 한 인닝에 10 아웃을 하여 한 인닝이 아주 길다. 아주 길면 한시간 넘게 걸릴까? 약 하루 걸린다. 뭐라고 한 인닝에 하루 걸린다고? 그렇다 한 인닝 중 한쪽 팀 공격이 대충 하루 걸리고 다른쪽 공격은 다시 하루 뭐 이런식이다. 야구 경기를 한두 인닝만 할 수 없고 많이 해야 하는데 그 이름을 크리켓에서 쓰는 inning을 가져 왔다. 어찌보면 두개의 인닝은 같은 의미이지만 어찌보면 아주 다른 의미이다. 크리켓에서의 이닝은 거의 한 경기에 가깝고 야구에서는 그저 작은 한 부분이다.
고상한 운동 경기
오늘 크리켓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처음에 크리켓은 규칙도 모르고 해서 잘 보질 않다가 점점더 보게 되었다고 했는데 점점더 보게된 이유중 하나는 운동 경기가 참으로 고상해 보여서 그리 되었다. 보통 sports는 긴장되고 활발하고 열정적인데, 이 경기는 상당히 차분하다. 모르긴 해도 이 경기는 영국의 귀족들이 좀 한가하게 즐긴 sports가 아닌가 한다. 앞에서 경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했는데 국제경기 full game은 보통 4일을 잡는다. 이렇게 한가하게 운동만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상류층의 열심히 일 안해도 잘돌아가 별 걱정없이 먹고 살만한 오래전 귀족이었을 것이다.
오래전 1900년 경 한국이 개항을 요구 받던 시절 영국 군함이 강화도 쪽 어디엔가 배를 대고 올라와 한국 내각/귀족/양반들 보는 앞에서 배에 있던 영국 장교(귀족)들이 테니스를 쳤다고 한다. 땀을 뻘뻘흘리면서 뛰어다니며 테니스를 하는 것을 보고 한국 양반들이 '저리 힘든 것이 있으면 상놈들 시키지'라고 했었다는데, 영국은 귀족들이 스포츠를 많이 즐겼던 것 같고 크리켓도 그 하나다.
내가 보기에 고상해 보이는 몇가지만 들어보자.
유니폼:
보통 스포츠 유니폼은 위 아래 간단하게 운동하기 편하게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그게 축구처럼 짧을 수도 있고 야구처럼 긴바지 긴팔일 수도 있다. 그런데 크리켓은 기본 유니폼은 그냥 위 아래 긴팔 긴바지 인데 날씨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변화를 주어 입는다.
여름 경기이니 더우면 짧은 팔의 유니폼을 입는 사람도 있고, 약간 날이 쌀쌀하다 싶으면 상의 위에 V neck 긴팔 스웨터나 같은 모양의 양모 조끼를 입는다. 겨울 스포츠라면 완전히 방한옷을 입지만 이렇게 간단히 유니폼 위에 스웨터나 양모 조끼를 입는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조끼와 스웨터 모양이 아주 오래된 눈에 익숙한 무늬다. 즉 별로 멋을 내지 않아 평범하지만 고상한 분위기가 있다.
그것 말고 유니폼에서 특이한 것이 모자이다. 모자를 야구 모자 같은 cap 을 많이 쓰지만 중절모 모양의 Hat을 쓰기도 한다. 크리켓 말고 Hat을 쓰는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 조금 다른 예이지만 오스트렐리아 팀 Cap을 보면 그 디자인과 색을 아마 최소한 100년 넘게 바꾸지 않고 쓰는 것 같다. 그 모자 아주 골동품 처럼 전통의 풍미가 울어 나온다.
유니폼 색은 하얀색이거나 하얀색에 가까운 아주 옅은 베이지색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인디아에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인도 답게 아주 다양한 열정적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을 쓰기도 하는데, 보통 국제경기는 아주 점잖은 하얀색이다. 어쩌면 이것은 규정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색의 유니폼을 입으면 공을 치는 사람이 공과 헷갈린다고 다 하얀색 위주의 약간의 문향만 넣은 유니폼을 입었을 것 같다. 그래서 파란색 구장에 하얀 유니폼을 입고 천천히 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 아주 고급감이 있다.
Bowler:
크리켓에서는 Bowler 즉 야구의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제자리에 서서 던지지 않고 약간 도움닫기를 해서 던진다. 크리켓 중계를 보면 운동장 약간 위쪽에서 Bowler가 천천히 달려가다 공을 던져주는 것을 TV 화면에 보여준다. 그 Bowler가 공을 던지려 천천히 달려가는 것을 보면 아주 경쾌하고 멋있다. 이건 뭐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난 그것을 보면 아주 경쾌하고 상쾌하고 시원한 맛이 있다.
다양한 휴식시간:
이것이 아주 근사해 보이지는 않지만 오랜시간 경기를 하다보니 중간에 휴식시간이 여러번 있다. 즉 물마시는 시간, Tea break 그리고 lunch break가 있다. 예를 들어 아침 11시에 경기를 시작하면 약 30-40분 정도 하면 잠시 Water break가 약 2-3분 있고, 1시경이 되면 점심 시간 약 40분을 갖는다. 오후에는 2시30분 3시경이 되면 tea break가 약 10분 정도 있는 것 같고, 그 전후에 간간히 water break가 있다. 크리켓이 아니고 이렇게 쉬었다 하는 경기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쉬면서 천천히 하는 것을 보면 어떤 여유가 엿보인다.
다음에는 간단한 경기룰을 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