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수요일 아침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온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비가 올 줄 알았는데 일어날 때는 오지 않았고, 일어나 조금 있으니 비소리가 난다. 한국의 비처럼 아주 조용히 내린다. 즉 봄비가 아주 이쁘게 온다. 바람도 없고 그리 어둡지도 않고 비만 조용히 내린다. 아주 쾌적하고 조용한 아침이다.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맛난 녹차 한잔 마신다. 그런데 녹차에 집중하지 않고 뭘 좀 신경썼더니 금방 찻잔이 비워졌다. 녹차 맛이 어땠나? 좋았는데 전부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 한잔 더 마실까? 녹차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이 좋지 않다니 다른 차를 보자. 보이차 비슷한 차, 전에 뜯어서 반 마시고 남은 것이 눈에 들어 온다. 그래 이거 마시자.
그러면서 물을 끓이고 가루를 망에 부으면서 전에 어떤 멋진 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침에는 커피, 낮에는 차 그리고 저녁에는 술, 멋진 양반이다. 인생의 맛은 그리고 멋을 다양한 방법으로 아주 많이 담아 놓고 즐길 수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다 담고 느끼고 하지는 못한다. 작은 소소한 행복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어제는 화요일 트램핑 날이었다. Alith 가 Leader로 자신이 Volunteer로 일하는 Ecosantuary를 tramping course로 정해서 그곳이 문 닫는 날 우리 모두를 데리고 들어가 그곳을 자세히 안내하고 여러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그분은 그곳의 새들은 물론이고 나무 한그루, 작은 식물, Fungus 비슷한 것을 쓰다듬어 주는 듯하며, 또 그 안의 작은 걷는 코스 등등에 아주 많은 애정을 담긴 이야기를 해 준다. 그것을 보면서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저런 별것 아닌 것에 그렇게 맘을 많이 쏟고 사랑을 느끼고 감정을 풍부하게 담는 것을 보고, 저분은 아주 부자 구나 했다. 대학교 선생님 출신이라 말투도 말씀도 어쩌면 그리 부드럽고 듣기 좋게 하시는지 참 기분이 좋았고, 내 가까이에 있는 아주 많은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그리고 더욱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차를 다 만들고 또 그 차 맛을 다 느끼지 못하고 또다시 다른 일 즉 이렇게 컴퓨터를 열어 글을 쓴다. 그래도 어제의 그 감정이 없어지기 전에 하나 써야지 했는데 다행이 그 감정을 이렇게 담아 두어 다행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지기 쉬운 감정인데 이렇게 글로 담아 두면 다음에 볼 때 그 기억이 새로 생겨날 것이다.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모두 비가 와 꼭 필요한 외출 외에 바깥 출입을 최소한 할 것인데, 3일 동안 책읽기, 글 쓰기 그리고 음악 듣기, 악기 연주/연습 실컷 하게 생겼다.
비가 오는 아름다운 조용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