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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감정 느끼기

Ricky D 2024. 8. 19. 09:53

소설책을 30대 중반까지 거의 읽지 않았었다. 이야기 그거보다 사실을 알려주는 책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소설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는데 그냥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했고, 나랑 비슷한 경험을 했네 한 적도 있고, 또 내가 절대로 할 수 갈 수 없는 상황을 대신 가보는 것으로 소설을 읽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 10년 정도부터는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고 그 가상의 세계에 어떤 인물에 대한 묘사나 혹은 그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느껴 보고 싶었다. 현실에 있는 혹은 있을 것 같은 성격을 영화나 소설에서 보고, 맞아 저런 성격 있어 하면서 보거나 또 감정을 같이 느껴 보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최근에 읽은 오래된 김형경씨의 소설에서도 그 등장인물 각각의 성격과 감정을 같이 느끼면서 혹은 느끼는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읽었다. 

 

그 소설의 등장 인물은 5명으로 대학의 미대 동기로 각각 다른 성격과 환경을 갖고 있는데 80년대 운동권 혹은 거기에 친구를 둔 사람들이 약 10년간 살아 간 이야기다. 작가가 구도를 아주 잘 짜서 인물과 상황을 정말로 잘 묘사 했고, 작가가 아는 것이 많아 다양한 배경과 이야기 그리고 삶의 근처 이야기도 같이 나와 잘 읽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YouTube에 알쓸신잡의 일부 중 김영하 작가가 말해주는 소설에 대한 소개를 볼 기회가 있었다. 김영하 작가께서 소설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소설을 통해 사람들의 느낌을 감정을 잘 느껴 보라고 있는 것이라는 것으로, 그 감정을 느끼다 보면 나와 비슷한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기를 많이 이해한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는 또 안나까레리나를 소개한다. 내가 알기로 안나까레리나는 전세계 지금까지의 모든 책 혹은 소설을 놓고 순위를 매기면 맨위에 올라가는 책이다. 그 책을 김영하 작가는 소개하길, 내용은 아주 간단한데 그 등장인물에 감정 기분 느낌을 아주 잘 써낸 책이라 한다. 

 

나는 왜 안나까레리나가 가장 좋은 책으로 되어 있는지 그간 잘 몰랐다. 그냥 좋은 책이라니 읽었었고 읽으면서 여기저기서 톨스토이의 글 솜씨에 감탄 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김영하 작가의 소개를 받고 다시 책장에서 꺼내 들었다. 그책은 내가 산 것이 아니고 뉴질랜드로 영어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 한국에서 들고와 돌아갈 때 책이 무거우니 놓고 간 것이다. 그러니까 안나까레리나가 우리집에 있는 이유는 내가 읽으려 사 온 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여기로 영어공부 하러 온 학생과 부모 덕이다. 이책 말고도 러시아 작가 책이 더 있다. 닥터 지바고 그리고 죄와벌, 이 두 책도 이책이 우리집에 오기 전에는 내가 읽을 생각도 안했던 책/소설이다. 나한테 이런 책을 읽을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안나까레리나를 다시 한 페이지 한 문장씩 천천히 읽으며 등장 인물들의 느낌을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전에는 그 어려운 러시아 사람들 이름, 줄거리 등등에 신경을 쓰고 읽었다면 이번에는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고 어떤 성격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겠구나 하면서 읽는다. 

 

아주 좋다. 무슨책이든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읽으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에 본적이 없는 것 같은 것을 발견하는데, 이번에는 아예 관점을 바꾸어서 읽으니 모르긴 해도 얻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도서관에 한글로 된 책이 코로나를 지나면서 뭉텅 없어져 그나마 빌려 보던 책 못빌려 보고 집에 있는 책 하나씩 다시 꺼내 읽고 있었는데, 이런 새로운 방법이 생겼으니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