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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과 오렌지 Orange

Ricky D 2024. 8. 5. 14:01

귤과 오렌지

 

귤과 오렌지는 상당히 가까운 과일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다르다. 어려서는 오렌지는 거의 없었고 귤은 어려서부터 겨울이 되면 많았다. Orange가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고 많이 접하게 된 것은 90년대 중후반이 아닌가 한다.

 

귤은 종류가 아주 많겠지만 크게 나누면 두가지다. 하나는 한국 토종으로 작고 껍질이 얇은 것이고 (앞으로 ‘얇은 껍질’로 부른다), 다른 하나는 좀 크고 껍질이 두껍고 껍질 벗기기가 쉬운데 맛이 좀 싱겁다.(이것은 앞으로 ‘두꺼운 껍질’이라 부른다)

 

이나라에는 보통 한국의 토종과 아주 비슷한 어쩌면 같은 종자인 얇은 껍질 귤이 생산 되고, 두꺼운 껍질은 이웃나라에서 수입 하는 것 같다. 한국에 가면 아직도 오래된 토종 작고 껍질이 얇은 귤이 있을까 생각되게 요즘 한국의 과일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초겨울에 한국의 토종과 정말 비슷한 얇은 껍질 귤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얇은 껍질 귤은 겨울 초반에만 나오고 중반 이후부터는 크고 두꺼운 귤이 나온다. 어떨 때는 슈퍼에 귤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이제 겨울이 한겨울에서 중간을 넘어가는구나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두꺼운 껍질 귤은 맛도 별로고 수입품이라 손이 잘 안간다. 

 

이렇게 내 입맛에 딱 맞는 얇은 껍질 귤은 작지만 맛있는데, 크기가 작아 아마 산지에서 생산량에 비해 손이 많이 갈 것이고 또하나 다른 것은 이 귤은 아마 금방 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시즌이 짧아, 겨울 초입에 얇은 껍질 귤이 나오기 시작하면 짧은 시즌 안에 가능한 많이 맛보려 한다.

 

특히 작년에는 그 귤의 산지 동네에 아주 큰 태풍이 불어 모르긴 해도 생산 예정의 귤 중 90% 이상이 수확을 못하게 되어 많이 팔지도 않았고 비싸 맛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금년에 이 귤이 눈에 보이자 많이 사기 시작해 하루에 몇개씩 먹었고 골프장에도 두세개 정도 가져가 골프 치다 먹기도 했다. 

 

요즘 소확행이라 하는데, 나이가 들어가 느끼는 것 중, 행복이란 별 것 아니다라는 생각 많이 든다. 그런면에서 귤 하나 맛있게 먹는 것이 행복한 기분을 더 잘 만드는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큰 거 뭐 없다 이런 사사로운 것 하나에서 재미를 찾자 하고 조금이라도 맘이 땡기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려한다.

 

금년에 처음으로 골프장에 귤을 가져가 봤는데 아주 맛이 상큼하고 상쾌하다. 주로 바나나와 다른 Nut Bar 혹은 Chocolate bar 같은 약간 텁텁한 것을 먹다 귤을 먹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귤의 향과 골프장의 그 자연의 향이 잘 어울러져서 두개 정도 금방 먹고 나면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얇은 껍질 귤은 기간이 길지 않아 슈퍼에서 금방 없어지고 얼마전 우연히 팔다 남은 것 싹 정리할 때 마지막으로 나왔길래 잔뜩 사다 먹고, 며칠 후 한번 더 갔으나 다 팔렸는지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그새 다 들어갔다. 그래서 이제 그 귤이 없어 아쉬워 하다 Orange로 눈을 돌렸다.

 

Orange도 두가지다. 하나는 이나라 토종 즉 변형 되지 않은 것과 다른 하나는 미국의 선키스트 오렌지다. 이나라 토종 오렌지는 마치 한국 토종 귤처럼 순수하다. 선키스트 오렌지는 아주 달고 생긴 것이 벌써 오렌지 색도 아주 강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농산품과 과일은 가능하면 외국 것을 먹지 않으려는데 그 이유중 하나는 그 농산품에 어떤 Genetic modification을 가했는지 알 수가 없고, 그것이 꼭 나쁘다는 증거는 없지만 가능한 순수한 쪽으로 먹으려 하고, 다른 한 이유는 과일과 농산물을 수출입하려면 거기에 많은 농약을 쓸 수 뿐이 없다.

 

선키스트 오렌지를 보면 아주 색도 밝고 진하고 이쁘게 생겨 딱 먹음직 하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그것이 이곳으로 수입되려면 배를 타고 몇주를 왔는지 한달 혹은 그 이상을 왔는지 모르는데 저렇게 신선해 보이는 것을 보면 어떤 농약을 얼마나 많이 쳤는지, 아니면 Genetic modification 을 얼마나 해서 저리 강해졌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선키스트 orange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렌지를 먹고 싶은데 혹은 Oat meal 케익을 굽는데 쓰는 것 처럼 꼭 써야할 이유가 있는데 여기 오렌지가 없으면 다른 선택이 없으니 선키스트를 쓴다. 

 

여기 오렌지는 앞의 귤처럼 토종이라 맛도 참 자연스럽고 모양도 색깔도 좀 빠지는 듯하다. 또 잘라봐도 오랜지 알맹이가 딱 떨어지게 생기지도 않고 약간 모양도 어색하다. 그런데 마치 한국의 토종 귤처럼 믿음도 간다.

 

얼마전 여기 얇은 껍질 귤이 떨어질 때 쯤 여기 오렌지가 나왔다. 오렌지는 귤처럼 손으로 간단히 까서 먹는 것이 아니고 칼로 자르고 과즙이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해서 귤보다 먹기가 좀 복잡하다. 그런데 여기 귤이 떨어졌으니 오렌지를 먹어 보자 하고 오렌지를 좀 사왔다. 그래서 최근 일주일 정도 이 오렌지 많이 먹었다. 처음에는 서너개 샀는데 옆에 좀 작은거 싸게 파는 것 있길래, 아 그래 이거 귤처럼 먹자 하고 많이 사서 먹고 있다. 

 

그리고 그 오렌지 먹을 때 마다 무척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