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에 앉은 사람
버스에 타거나 혹은 장시간 여행하는 비행기에 탈 때, 옆에 앉은 사람이 누가 앉든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간혹 괜찮은 사람이 앉았으면 할 때도 있다. 젊어서는 어쩌면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앉기를 기대했을 수도 있고 혹은 이상한 사람이 앉지 않길 바라기도 했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데 아주 뚱뚱한 사람이 옆에 앉으면 그 사람은 자기 자리를 자기 몸으로 다 채우고 살이 삐져 나가지 않는다면 적어도 팔과 다리가 옆으로 벌어져 옆사람 즉 나와 부딪히게 되어 있다. 이런분들 통상 몸의 온도도 높아 그 팔이나 어깨가 나와 맞다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그것도 장시간 그리해야 한다면 괴로운 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뭔가를 혼자 잘 하러 다녔다. 특히 음악회나 발레도 혼자 보러 다니는데, 옆자리에 어떨 때는 이야기 나누기 편한 상대가 앉는다. 금년 이 동네 Orchestra season ticket을 구매했다. 코로나 전에는 몇년 동안 이동네 Orchestra, 국립 orchestra인 NZSO, 그리고 국립 발레단인 RNZB (Royal NZ Ballet)의 시즌 티켓을 구매해 잘 구경 다녔다. 그러나 2020년부터 Corona로 그해 공연이 취소 되고, 환불 혹은 Deposit으로 내 돈은 잡아 두든지, 아니면 그돈 일부분을 donation 하기도 하고 하는 것을 두 해 정도 연속으로 하다 짜증이 나서 작년 2023년까지 잠깐 season ticket 사는 것을 멈췄다. 그러다 금년부터 다시 예전처럼 season ticket을 사게 되었다.
Season ticket을 사면 주로 원하는 즉 같은 가격에 좋은 자리를 먼저 내 주는데, 음악회에 가면 나만 season ticket을 산 것이 아니고 내 주위의 사람들도 비슷한 셈이라, 그분들과 음악회 때마다 만나게 된다. 이번 이동네 orchestra 즉 DSO의 연주회에 지난 5월인가 처음 갔을 때, 나는 통로에서 두번째 자리였고, 통로쪽 자리에는 키 크고 늘씬하고 고상하게 생긴 나이가 많으신 여자분이 계셨다. 쉬는 시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길게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고, 통상 그 정도 나이면 남자든 여자든 같이 오는데 그분은 혼자 오셨길래 Rest home에 사냐 등 뭘 좀 물으며 말을 붙여볼까 하다 그만 관두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그분이 자기는 season ticket을 샀다길래 나도 season ticket을 샀으니 다음 음악회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지난 주말이 두번째 음악회였다. 나는 통상 좀 일찍 자리에 앉아 프로그램에 있는 글을 열심히 읽는 편이라 일찍 가서 앉아 있는데 옆에 앉는 여자분은 음악회 시작 약 5분전 쯤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다시 봐도 키 크고 늘씬한 젊어서는 아주 미인 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따라 유난히 음악회장에 아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그중 화요일 Tramping club Judy가 저만치 보인다. 그런데 쉬는 시간이 되니 내 옆에 앉으신 분이 Judy 한테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Judy를 아는 사람이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 중간 쯤 되니 이분이 자리로 돌아오고, Judy가 다시 이분 옆에 와서 이야기를 한다. 나도 Judy와 눈을 맞추니 내 이름을 부르며 너 왔구나 하길래, 그로부터 두주 전에 우리 음악회에 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Judy는 내 옆의 여자분을 가르키며 이분 Caroline하고 젊어서 근 20년 같은 부서에서 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제야 그분 이름이 뭔지 알았고 Caroline에게는 내 이름을 부르며 이사람과는 같은 Tramping club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그러니 이제 Caroline도 내 이름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 화제가 U3E라는 노인들 교양강좌 프로그램 이야기로 넘어가고 그러다 Judy는 자기자리로 돌아 갔는데, U3E는 보통 강의를 듣는 것인데 Caroline은 좀 전에 강의를 하는 것 처럼 말씀 하셔서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강의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면 전에 젊어서 대학에서 강의를 했냐고 Lecturer 였냐고 하니 그렇다 면서 사실 Professor 즉 교수 였다고 한다. 여기는 교수 즉 Professor를 아무나 주는 것이 아닌데 자신이 Professor 였다고 하는 것을 보면 꽤 실력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너 그러면 젊어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왔냐고 물으니, Toronto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고 Yale 대학에서 Post-Doc을 했단다. 그래서 속으로 이 할머니 아주 인텔리 할머니네 했다. 이동네 살다 보면 이렇게 대학에서 교수 했던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특히 내가 속한 화요일 Tramping club에 보면 지금은 다 은퇴하셨지만 의사가 적어도 대여섯 명은 되고 대학교 교수 출신도 대여섯은 되는 것 같다.
음악회는 끝나고 다음 음악회에서 다시 만나자고 어두운 밤 조심해서 걸어가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리고는 그 다음 화요일 Tramping club에 나가 Judy에게 Caroline이 그러는데 자기는 82살이고 너는 83이라더라 했더니, 맞다고 나이도 비슷해서 아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Caroline은 Dame 이란다. 뭐라고 그분이 Dame 이라고?
난 여지껏 사석에서 Dame을 본적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내 옆에 혼자 앉아 계시던 분이 Dame이라니! Dame은 남자들 Sir처럼 작위로 평생에 걸쳐 일을 열심히 해서 훌륭하게 된 분을 나라에서 주는 아주 큰 훈장 같은 것이니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그분이 Dame 이라는 것을 보니 그냥 교수 정도가 아니고 그 연구 분야, 음악회에서 호수 라고 했었다, 그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내고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한 모양이다.
그래서 집에와서 Judy에게서 알아온 그분의 Family name까지 해서 Google에 “Dame Caroline Burns” 라고 치니 그분의 Otago 대학 Emeritus professor 페이지도 나오지만 Wikipedia가 있다. 와 그분이 Wikipedia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훌륭한 분이었구나. 그분 Wikipedia에 들어가 보니 그 사진, 키 크고 늘신한 분이 활짝 웃고 계시고 나라에서 훈장만 수차례 받았을 뿐 아니라 정말로 2021년에는 Dame을 받으셨다. 그리고 내가 약간 궁금했던 결혼생활 자식 농사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것 같다. 공부하고 일하느라 40 정도에 결혼하셨는데, 남편이 16년인가 같이 사시다 돌아가셨다고 Wikipedia에 나온다. 이말은 Judy가 잠깐 해 준 내용과 비슷하다.
다음번 음악회에 Caroline을 만나면 당신이 내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사석에서 만난 Dame이라고 인사할 참이다.
사진은 Wikipedia에서 빌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