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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Prestige

Ricky D 2024. 5. 14. 16:55

10년 간 불던 Buffet Crampon RC에 이상이 생겨 한국에 보내 수리하려다 세관과 문제가 꼬였다. 10년전에 약 8년된 중고를 사 이제는 20년이 거의 다 된 악기 그보다 바로 몇달전에 한국에서 전체 수리를 해주셨던 악기사에 수리하려 한국에 보냈는데, 세관에서 수리를 위한 임시 수입이 아닌 정식 수입으로 잡아 관세를 매기겠단다. 그래서 전에 RC 구해주신 분께 연락해 사정을 이야기 하고 혹시 이참에 새 악기 알아봐 달라하니, 30살이 다된 RC Prestige를 소개해 주셨다. 오래전 RC를 살 때도 Festival이 소리가 좋은데 그때 Festival이 없어 RC를 구해 주셨고, 나는 RC도 나에게는 황송하다고 고맙게 받았다. 사실 갑자기 두세 계단 뛰어 오르면 나중에 더 오를 곳이 없어 천천히 올라가고 싶었다.

 

RC Prestige가 여기에 도착하여 불어 보니 처음에는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르겠더니 조금 더 불어보니 소리가 딴딴한 것이 아주 좋다. 오래된 악기지만 상태가 아주 좋아 악기가 맘에 들었고, 불다보니 한급 더 좋은 악기의 소리를 알게 되었다. 이 악기를 불면서 몇가지 재미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악기는) 여자와 같다.

1. 어떤 날은 이런 소리가 나는 것 같고, 어떤 날은 저런 소리가 나는 것 같다. 

2. 아주 섬세해서 조금만 다르게 하면 다른 소리가 난다.

3. 늘 따듯하게 관심을 갖고 악기를 보살피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악기 이야기 대신 여자 영화배우 얘기 해보자. 작년 한국에 다녀 오면서 비행기에서 오래된 Romantic comedy 영화를 하나 봤다. 제목은 Going the distance. 영화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지나가고 거기 나오는 여배우 얘기를 하자. 이 여배우의 모습이 오늘 말하려는 악기 소리와 같다.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 Drew Barrymore는 어떨 때는 낮에 보이는 모습 (우리가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백인 여성), 어떨 때는 집에서 지내는 모습 (평범한 옷을 입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표정을 가진 모습), 어떨 때는 아침에 자고 일어난 모습, 어떨 때는 저녁에 파티에 갈 때처럼 최고로 꾸며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 등등 장면 장면 저 모습이 정말로 한 여자의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여배우의 모습이 상황에 따라 아주 다른데 그것을 아주 잘 표현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난 모습을 찍을 때 진짜로 아침에 찍지 않았을 텐데 마치 그 전날 늦게 잠들고 아침에 일어난 모습 그리고 남자와 같이 아침 먹으러 식당 간 모습이 정말로 그럴 것 같은 모습이고 다른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분장을 정말로 잘 했을 수도 있고 배우가 그걸 잘 소화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것을 정말 잘 표현했다. 한 여자의 다양한 모습 맘껏 구경했다. 내가 만일 그중 가장 이쁜 모습에 반했다면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면서 나머지의 모습도 보게되면 계속 그 여자의 아름다운 첫번째 모습과 같은 여자로 느끼면서 볼 것인가? 뭐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악기도 때에 따라 아주 다른 소리를 낸다. 몇일 전에는 상당히 고상한 소리가 났었는데 오늘은 왜 딴딴한 소리만 나고 고상한 소리가 안나지? 얼마전에는 아주 경쾌하고 발랄한 소리가 났는데 오늘은 왜 그 소리를 못낼까? 다시 말해 악기 하나가 여러가지 소리를 나는 것을 알았고 그 소리를 맘대로 조절해 내는 것은 아직 못 찾았지만 Mouth piece, 조리개, 리드를 적당히 조합하고 바람 불어내는 것을 잘 조절하면 그 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기대를 한다.

 

아들만 둘 키워 여자를 잘 모르다가 손녀가 생겼는데 손녀한테서 내가 모르던 여자의 면, 중요한 면을 알게되었다. 어쩌면 그 어린 여자 아이가 나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솔직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번째 여자 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알게된 여자에 대한 그것을 진작에 알았으면 예를 들어 20살 경에 알았으면 여자를 훨씬 더 잘 사귀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새 악기를 불면서 악기를 조금 씩 더 알게 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악기를 조금더 이해하고 악기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같다.물론 또 10년이 지나면 이보다 한급 더 위는 어떨까 궁금해 질지도 모르지만 지금 악기도 충분히 예민해서 더 올리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