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아니고 한가지에 편안하게 집중하기
명상은 장점이 많다는데 막상 하려면 특히 보통 사람들, 예를 들어 스님같은 종교의 수도사 같은 사람이 아니면, 하려 해 보지만 막상 해 보면 쉽지가 않다. 우선 조용한 곳에서 차분하게 앉아 그것을 해야 하는데 현대의 삶에 조용한 곳을 찾기 힘들고, 차분하게 앉아 있게 쉽게 되지도 않는다.
조용한 곳은 아파트에 혼자 산다고 한다면 같이 사는 사람이 없으니 방해를 받지 않겠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사는 사람이 아주 조용해 주고 방에서 나오지 않든지 거실에서 TV나 컴퓨터를 크게 틀지 말아야 한다. 일단 혼자 산다 해 보자. 그래도 아파트 구조가 다른 곳에서 소음이 계속 들어 온다. 평소에는 괜찮은 정도의 소리일지 모르지만 명상한다고 앉으면 정말로 신경 쓰이는 소리일 것이다.
차분하게 앉아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부로부터 방해하는 것이 없다고 쉽지만은 않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하면 우선 갑자기 뭔가 할 일이 생각 난다. 아까 이메일 급한 것 온 것 답장 해주는 것 잊은 것도 생각나고, 오늘까지 무슨 돈 낼 것도 생각나고 누구한테서 뭘 받을 것도 생각난다. 그래 일단 명상한다고 앉았으니 이거 다 잊고 그냥 명상 끝나고 하자고 생각해도, 사실 머리 한쪽 끝에서는 그거 먼저하고 명상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잘 없어지지도 않는다.
이제 몸으로 가보자. 주위도 조용하고 할 일도 다 했거나 미루기로 했다 치자. 천천히 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려 시작하면 2-3분 만에 몸 어딘가 가려운 곳이 생긴다. 코끝이 가렵기도하고, 귀 뒤쪽이 가렵기도 하고, 허벅지 어디쪽이 갑자기 가렵다. 저기 딱 한번 얼른 긁고 다시 명상 들어가면 좋겠는데, 그러면 명상이 방해 받는 것이지? 그래 이미 몇분 한거 아까우니까 가능한 그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이런식의 생각이 드니 또 쉽지 않다.
그래도 과감히 참고 지나면 2-5분 안에 그 가려운 것은 없어지는데 그후 몇분이 지나면 이번에 발이 저리기 시작한다. 허벅지 쪽이 저리기도 하고 종아리가 저리기도 하고. 참 오랫만에 겨우 시간내서 명상 한번 해보려는데 이렇게 힘들 수가.
이런 어려움도 또 참고 그냥 어찌되나 보자하고 참고 다시 가다보면 10분도 안되어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피곤에 지친 현대인들, 밤잠도 충분치 않은 현대인들 조용히 앉으니 잠이 스르르 오게 된다. 명상이 좋다는데 세상에 쉬운 것도 처음부터 잘되는 것도 없다.
명상을 하고 나면 그 시간이 20-30분이든 한시간이든 하고 나면 아주 개운하다. 잠을 자고 난 것과는 다르고 뭔가 머리와 가슴이 싹 정리된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것을 하기위해 위에서 말한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명상이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인데 잠시 앉아 보면 아시겠지만, 아무 생각을 안하고 5초 이상 어쩌면 2초 이상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방법중 하나 한가지 생각만 한다. 통상 호흡하는 생각만 한다. 그래서 코끝에 숨이 들고 나는 생각만 하고 어떻 때는 호흡의 길이를 재기도 하면서 호흡하는 한가지 생각에 집중한다.
그런데 명상을 이렇게 조용한 곳에 혼자 앉아 아무일도 안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조용히 앉아 하지 않더라도 한가지에 긴장없이 몰두할 수 있다면 이것도 명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취급된다. 좀더 자세한 뒷 배경이 있지만 나도 전문가도 아니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그냥 하나의 일을 긴장이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면 명상급으로 한다고만 하자.
그 한가지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클라리넷을 부는 것이다. 클라리넷을 잡고 금방 부엌에 가스불 키고 왔나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곗돈 부어야 하는 것 갑자기 생각 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그 음악에 몰두하고 그 음악을 즐기게 된다, 특히 혼자서 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클사방 2월 모임에 딱 네분이 모이셨다. 한분은 반주자이시고 또 한분은 Guest 이다. 어쨌든 네분이 아주 작은 방에서 모임을 갖고 연주 비디오를 올리셨는데 그중 삼중주, 축복하노라를 보고 너무 좋아서 나도 이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했다. 반주자도 없고 바순같은 저음 악기 연주자도 구할 능력이 없지만 어쨌든 하고 싶었다. 할 길회가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하고 싶은 자유는 나에게도 있으니까.
그리고는 인터넷을 뒤졌다. Youtube에 피아노와 첼로로된 반주 영상이 있고 클라리넷 악보는 아니지만 거기에 맞는 3중주 할 수 있는 악보도 찾았다. 그래서 그 악보의 C조로 된 클라리넷 파트를 Bb으로 MuseScore를 이용해 옮겨 적었다.
그리고는 클사방 모임에서 연주한 것을 여러번 듣고 나도 Youtube 반주 영상 틀어 놓고 해 보았다. 너무 좋다. 곡도 좋고 이렇게 긴장하지 않고 즐기며 하나에 집중하는 나는, 서너번 대여섯번을 하고나니 30분 좋은 명상을 한 것 보다 더 좋아졌다.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