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집에 얹혀 살기
이런 상상을 해본다.
어떤 초로의 아주머니가 계시다. 남편을 잃었고 가진 것도 별로 없다. 집도 없어 혼자 살 공간이 없는 이분은 아들이 셋이 있다. 이런 상황이면 아들집에 가서 살면 된다. 그런데 아들이 셋이 있다보니 아들들이 아니 며느리들이 서로 미루어 어디 한 집에 오래 머물기 불편하다. 물론 잠깐씩 가 있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가난하지만 남편과 같이 살 때는 자기 살림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남편과 집이 없어지고는 자기 것이라고는 정말 옷가지 몇가지 빼고는 짐도 거의 없다. 그래서 한 아들 집에서 다른 아들 집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 홀가분하다. 물론 움직이기 홀가분하다는 것이지 아들집에 들어가는 것이 홀가분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자라 아직 쓸모가 있어 아들집 살림도 도와주고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도 봐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와서 도와주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도 아들집이 원할 때 이야기지 아들/며느리들이 별로 필요 없다면, 어쩌면 더 젊고 맘대로 일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그리고 낮에 잠깐만 왔다 가는 사람을 원한다면 이 여자분은 별로 바람직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이분은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들집을 전전할 수 뿐이 없다. 가만히 앉아 생각하면 남편은 왜 이리 빨리 가셨는지, 왜 집한채라도 남기고 생활비라도 좀 남기고 가시지 그냥 가셨는지 원망 아닌 생각도 해 본다. 여기까지가 상상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집사람이 작년 재작년 한해 반 동안 한국의 친정에 가서 장모님 돌본다고 있다가, 작년 말에 와서 그때부터는 작은 아들집에 가서 아들 며느리가 도와 달라해서 그집에 가있다. 즉 남의 집에서 (얹혀) 살고 있다. 남에 집에 살다보니 여행용 가방에 간단히 옷가지며 필요한 것 가져가 살아, 가끔 아들집에 가보면 집사람이 방하나에 화장품 조금과 자기 짐 간단히 놓고 약간에 옷가지 놓고 사는 것이, 만일 위에서 말한 상황이라면 참 서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이 도와달라해서 이렇게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것이니 서럽다기 보다 아주 즐겁게 그렇게 하고 있는데 같은 상황이라도 이렇게 약간의 조건이 다를 뿐인데 느낌은 완전히 반대이니,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내 맘에 있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
아무쪼록 집사람은 단촐한 자기 살림에 조금은 힘든 일이지만 재미있게 잘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