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 - 모꼬지
모꼬지란 단어를 이번에 배웠다. 아마 우리가 젊어서 쓰던 MT 정도의 단어 같고 구글에 찾아 보면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이라고 나온다.
집사람이 하고있 있는 꽹과리 상쇠과정에서 모꼬지를 갔다. 집사람이 나도 초대하여 거기 모인 선생님을 비롯한 근 40명 가운데 꽹과리 상쇠과정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다. 현재 배우는 사람들은 17기, 18기 이런데 그날 모인 사람들을 보면 1기, 2기, 4기를 비롯해 11기, 16기 등등의 사람들도 참여했다. 그리고 꽹과리를 배우는 중후년의 사람들은 그냥 꽹과리를 취미로 하고 싶어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창이나 고전무용같은 것을 해서 국악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집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서 장구를 2009년 1월부터 배우기 시작하여 그간 한국에 갈 때 마다 장구와 꽹과리 같은 것을 배우고 여기 와서는 동네 아주머니들 모아다 가르치기도 하고 가끔 공연도 하고 하면서 꾸준히 악기를 배웠는데 작년에는 장구를 좀더 한다고 설장구를 배우러 갔다, 약 5년전부터 알던 ‘신명나눔’의 노수환 선생님의 권유로 꽹과리 상쇠과정에 들어갔다. 그 꽹과리 상쇠과정에서 매년 4월이면 모꼬지를 해 선후배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모꼬지 당일 그 장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 경이 되었고 잠시후부터 넓은 Hall 바닥에 상을 펴고 저녁겸 맥주/소주/막걸리를 한잔씩 하는데 술이 약한 나는 맥주를 약간씩 깔짝 거리면서 분위기 맞추어 사람들과 어울렸다. 사람들이 의외로 나에게 친근하게 대해주어 별 부담없이 끼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유는 아마 집사람이 일년 넘게 그곳에 있는데 도대체 외국에 혼자 살고 있는 남편은 어떤 사람이고 이 부부는 어떤 사이인가 하는 궁금증과 다른 하나는 나도 꽹과리는 아니지만 클라리넷을 10년 넘게 하고 음악에 나름대로 수십년 동안 관심이 있어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데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좋게 작용하기도 한 것 같다.
잠시후 마이크를 잡은 선생님이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 소개하라고 마이크를 돌린다. 한사람씩 차례로 자신의 소개를 간단히 하고 질문도 받고 하는데, 내 차례가 되어 말을 시작하니 말이 길어지고 질문도 많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이 재미있는지 한참 말을 시킨다. 외국에 산다는 아줌마와 그 남편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모양이다. 나도 처음보는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허물없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집사람에게도 좋다고 생각이 되었고, 또 어차피 일박이일 놀러 왔으니 재미있게 놀자고 생각해 말을 재미있게 했다.
잠시후 선생님이 한잔씩들 했냐고 물으며, 혀가 꼬부라 질 정도로만 마시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마시지는 말라 하신다. 그날 내가 와인을 세병 가져갔다. 여기 뉴질랜드에서 가져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무거워 그리 할 수는 없었고 한국에서 뉴질랜드에서는 맛이 괜찮은 포도 종류의 와인을 내가 있던 곳 근처에서 골라 세병 사갔다. 두병은 Red wine Shiraz이고 한병은 White wine sauvignon blanc이다. 칠레산 와인인데 맛을 보고 산 것이 아니라 맛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에서 쉽게 마시는 와인과 같은 종류의 포도라 맛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져갔다. 그런데 그 와인을 선생님께 드리자 너무 좋아 하신다. 자기가 South Africa에 2년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Shiraz를 많이 마셨다면서 거기 생각이 난다고 아주 좋아하시면서 그 자리에서 사람들과 마시다 내 자리로 와인병을 들고 와서 한잔씩 주고 받았다. 나는 그냥 뉴질랜드에서 살 수 있는 맛이 괜찮은 와인을 사갔는게 선생님께서 이리 반가하실지 몰랐다.
식사가 끝나자 상을 치우고 모든 사람이 악기를 들고, 즉 꽹과리 뿐 아니라, 장구와 북 그리고 징을 하나씩 들고 근 40명이 연주를 시작한다. 서양식 음악 악기로 치면 잼 즉 즉흥 연주를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술을 혀가 꼬부라질 정도로만 하고 다리가 후둘거릴 정도로 마시지 말라는 의미를 알았다. 혀가 꼬부라질 정도는 흥이 아주 잘 나는 상태고 악기를 들고 한시간 정도 연주를 해야하니 다리에 힘이 필요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막 시작하려는데 다른 악기는 많은데 징이 딱 하나다. 선생님께서 징이 하난데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하시니 누가 징을 하나 더 꺼낸다 이때 내가 나서서 징을 치겠다고 했다. 그러니 아무말 없이 나에게 건네준다. 사실 나는 사물놀이 어떤 악기도 배운적이 없고 그냥 서당개 3년 아니 14년 집사람이 하는 것 옆에서 본 정도이다. 그런데 장구 북 꽹과리 징 중에 징은 다른 악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쉬운 악기다, 박자만 정확히 지킬 수 있다면. 대체로 징은 첫박에 한번만 친다.
일단 가락이 시작되면 첫박이 언젠가 봐서 첫박에 징을 치고 다시 그 다음 마디 첫박에 징을 치면 된다. 강약도 별로 없다 그냥 치면 되는데 다른 서양악기 타악기 처럼 약간 빗겨치듯 튕겨나오듯 치면 된다. 그러다 보면 가락이 바뀐다. 전통악기 가락은 한가지로 한 2-3분 정도 지속하다 그것을 바꾸고 또 바꾸고 하는데 한가지 가락이 다음 가락으로 바뀔 때 꽹과리 잡은 상쇠가 그것을 결정해 그 다음 가락을 정하고 신호음을 꽹과리로 보낸다. 뭔가 음이 달라졌다 싶으면 징은 잠시 기다리다 가락이 완전히 바뀌면 다시 첫박에 징을 치면 된다. 정리하면 한 가락이 지속되는 동안 징을 첫박에 치고 신호음이 들리면 잠시 기다렸다가 다음 가락이 나오면 거기에 맞추어 다시 징을 치면된다. 이렇게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날 그 많은 꾼들과 어울려 한시간동안 별 문제없이 첫박에 징을 제대로 맞추어 치고 물론 가끔 살짝 빗나가 0.1박 늦게 친적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재미있게 잘 어울려 즐겼다.
그 후로는 노래방 기계를 돌려 돌아가며 노래도 하고 또 그 후 다시 모여 이야기도 하고 했는데 나는 노래방 기계가 한참 돌아갈 때 위층의 한쪽 방에 들어가 가져간 침낭속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물론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술에 적당히 취해 빨리 잠이 들 수는 없었지만 좀 쉬려고 애썼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해장국으로 콩나물 국이 나와 그것으로 시원하게 아침을 먹고 꽹과리 수업을 한시간 더 했다. 이번에는 나는 맨뒤에 앉아 어떤 분이 주신 전화기로 사진과 비디오를 찍으며 수업에 참여하진 않았다. 그후 청소와 정리를 마치고 10시30분쯤 거기서 출발하여 근처에 있는 Herb land 라는 곳에서 두시간 정도 구경을 하고 점심 먹고 또 차도 마시고 하면서 헤어졌다.
모꼬지 갈때는 17기 회장님 부부가 집사람과 나를 차 태워줘 쉽게 갈 수 있었고 올 때도 어떤 잠실쪽에 사시는 분이 우리 부부를 태워줘 쉽게 왔다. 그런데 오가며 나를 아주 기쁘게 한 일이 한번씩 있다.
갈때 같은 차에 태워주신 17기 회장님의 부인은 창을 하시는 분이다. 아주 오래하셨고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시고 계시다. 그래서 소리에 귀가 아주 밝으신 분으로 믿는다. 그분 부부가 앞좌석에 앉으시고 우리 부부는 뒷좌석에 앉았다. 회장님 부부 뉴질랜드 여행 다녀오신 이야기등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모꼬지 장소 가다 거의 다 갔을 때 내가 명리학을 공부하고 사람들 사주도 봐준다니, 그 부인께서 내 목소리가 아주 따뜻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칭찬 하신다. 난 내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날은 그분과 이야기 하는 목소리가 내가 들어도 편안하다. 가끔 사주 봐주고 하는 사람이 사주 보러 온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하고 혼도 내고 반말도 하면서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 내 목소리와 말투를 들어보니 나는 그러지 않고 힘들어서 사주 보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잘 나눌 것 같다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칭찬은 그것이 사실인 것과 관계없이 확실히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다른 하나는 돌아 갈 때 즈음이다. Herb land 에서 점심을 먹고 또 차도 마셨다. 차를 마시고 일어서서 나갈 때가 거의 됐는데 선생님께서 나에게 표정이 좋다고 하신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데 연구소에서 연구할 때도 이거 이렇게 하면 되나 이거 왜 잘 안되지 하는 고민을 하면서도 미소지으면서 했냐고 농담을 하시면서, 어떻게 얼굴에 이렇게 미소를 지을 수 있냐고 칭찬아닌 칭찬을 하신다. 난 내가 평소 미소를 잘 짓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러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좋은 표정을 가지려 하고 그러면 내 몸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미소짓는 표정은 아주 어려서부터의 일종의 습관이다. 그리고 이것을 거의 평생 하다보니 내 그냥 편안한 생활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남에게 미소가 보기 좋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이것은 내가 똑똑하다는 말 보다, 내가 성격이 좋다는 말보다, 내가 뭘 잘한다는 말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다.
이로서 집사람을 따라간 모꼬지 정말 재미있게 다녀왔다는 글 마치고 거기서 만난 이분들 모르긴 몰라도 내 인생에 앞으로 계속 만날 사람들 꽤 있을 것 같다.